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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투덜투덜

오감만족/읽다 2009/08/24 16:20

'우리 아이, 책날개를 달아주자'는 책이 있었습니다. 
어수선했던 아이 책에 관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갈등하던 전집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었네요. 
윤냥이 좋아할 만한 단행본 한 권씩 고르고 있는 중인데, 역시나 이게 수고스러운 일입니다. 베스트 셀러라고 해서 윤냥이 다 좋아할만한 책도 아니라 한번 보고 사고 싶은데, 때마침 초읍도서관이 공사중 휴관이라 인터넷으로 뒤지고 있으니 더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엄마되기 참 힘듭니다~)

유아동 출판 업계의 최강자는 역시 전집입니다. 몇 퍼센트 안되는 단행본시장에서도 대부분이 번역본이고 창작본이 참 드무네요. 게다가 이상하게 번역된 책도 꽤 많습니다. 또 어떤 책은 번역하면서 맛이 변해버린 책도 있구요.
예를 들면 '잘자요 달님' 같은 책이 그렇습니다. 어찌하다가 이책 번역본이랑 원서가 모두 집에 있는데......

And two little kittens
And a pair of mittens

And a little toyhouse
And a young mouse

And a comb and a brush and a bowl full of mush
And a quiet old lady who was whispering "hush" 가


아기고양이 두 마리
벙어리 장갑 두 짝

조그만 장난감 집 하나
생쥐 한 마리

빗 하나, 솔 하나, 옥수수죽 그릇 하나
'쉿' 나즈막히 속삭이는 할머니

이렇게 번역이 되어 있답니다. 
이렇게 두 권을 보니, 뭐 딱히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도 않아요.
하지만 소리내어 읽어봐도, 맘 속으로 읽어봐도 번역본은 그냥 사물의 나열같은 느낌만 들어요. 
밍숭맹숭한 스프 마시는 기분이랄까? 
번역본마다 원서 찾아서 읽어보고 어느게 더 나은지 비교해보고 살 수도 없는 일이고....
엄마들한테 책 팔 생각만 하지 말고 전문가들이 알아서 좀 멋있게 번역할 수 있는 방법을 좀 공부하고 책 내어 놓으면 안될까나?하는 남탓만 실컷 해봅니다. 투덜투덜투덜  아, 날도 더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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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인 밤

오감만족/읽다 2009/03/21 06:54
오랫만에 육아서적이 아닌 소설을 읽을 요량으로 배송비도 안받는 착한 서점에서 책을 주문합니다. 빠르고 정확한 총알배송. 주문 뒤 하루만에 받아 본 책은....두권으로 분권되어 있는 '상, 하'편중의 무려 '하'편.
추리소설인데 내 무슨 천재적인 감으로 뒷부분을 먼저 볼까? 낙담하며 잠든 밤. 2주일째 코감기가 서서히 가래 기침으로 발전하고 있는 딸래미는 전에 없이 새벽에 깨어서는 칠십대 영감 기침을 쿠웩쿠웩해주시고, 한시간즈음 달래다가 방법이 없어 우유 200미리를 타서 먹이니 꿀꺽꿀꺽 아, 배가 고팠던 모양이로구나..이제 이로서 다시 평화로운 밤이다하는 순간 이번에는 팔십대 노인네 기침을 켁켁하다가 금방 먹은 우유 쿠억! 똑같은 24시간 춘분도 지나 짧아진 밤인데 오늘은 별나게 까맣고 긴 밤이다 한숨 쉬다가 서재방에서 의자 빙글빙글 돌리며 천장을 보다가 책장을 보다가 뜬금없이 황지우시집을 집어듭니다. 그러니까 오늘은 문학적인 밤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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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아내에게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곱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 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
그런 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 날 밤을 잠 못 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그대의 그 말은 에탐부톨과 스트렙토마이신을 한 알 한 알
들어내고 적갈색의 빈 병을 환하게 했었지
아, 그곳은 비어 있는 만큼 그대 마음이었지
너무나 벅차 그 말을 사용할 수조차 없게 하는 그 사랑은
아픔을 낫게 하기보다는, 정신없이,
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하는 것임을
한밤, 약병을 쥐고 울어버린 나는 알았지
그래서, 그래서,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 된 그대는 차츰
내가 살아갈 미래와 교대되었고

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과했다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타이를 여며주는 그대 손끝에 역력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 묻힌 손으로 집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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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늙어가는 아내! 같이 늙어갈 남편은 코골며 이불도 안덮고 자고 있는 밤. 딸 토악질 수습하고 남편 이불 덮어주고 밝아오는 창가를 바라보며 황지우를 생각합니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시절의 황지우를 읽으면서 어린 십대에 참 심각했었는데...그때 같이 가마골소극장에서 연극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를 같이 봤던 이름도 고왔던 그 박고운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 닿지 않는 친구에게까지 생각이 가는군요. 그때 완소배우였던 '문성근'아저씨 '무릅팍도사'는 그를 그렇게 짧게 다뤄서는 안되는 거였어. 강호동은 그를 감당한 mc가 아니었던게야. 비분강개하다가 밝아져버린 밤.  최선을 다해 늙어가리라. 아니 한 80%정도의 최선만 다하겠어. 책많이 사줘서 고맙다고 배송비도 안받는 서점에서 부담없이 책 한권을 마저 주문하고...문학적인 밤은 그렇게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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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오감만족/읽다 2008/12/16 22:54
아이가 하나이고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는 주부라면 직장생활할 때보다는 아니라도 시간이 꽤나 넉넉할 줄 알았습니다. 바보같이 말이죠. 육아전쟁이라는 표현처럼 아이를 키우는 일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고서야 실감을 합니다. 바보같이! 아기키우면서도 예전처럼 영화보고 책읽고 세상에 갖은 참견 다 하고 살줄 알았는데, 블로그에 글 하나 진득하게 올리기도 쉽지가 않게 바쁜 일상이네요.
윤아 낳고 영화는 세번즈음 보러 갔고, 문학서적은 한권도 못봤고....읽고 있는 대부분의 책은 육아서적이거나 혹은 윤아동화책이거나 겨우 씨네21정도 입니다. 그나마 육아서적은 시간나면 보려고 노력하는 중이구요. 엄마노릇도 처음인데다가 (현진에게 이 표현을 썼다가 혼났습니다.ㅋㅋ) 친가 외가 합쳐서 처음 태어난 아이가 윤아인지라 어디 아이 키우는 걸 직접 본적도 없으니 간접 경험이라도 해야겠다 싶어서요. 사실 '알파맘' '베타맘'이 될 자신도 능력도, 와이블로거가 될 대담함도 없고, 게다가 귀는 얇아서 좋다고 하는 유아용품 후기만 보면 다 있어야 될것같은 사람이라서 공부를 좀 하고 중심을 잡아보자는 생각으로 육아서적을 읽어내는 중이랍니다. 눈물겹지 않습니까? 하하하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상세보기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네이밍센스가 대단하다고 느낀 책입니다. 사람들이 육아서적을 들추는 궁극적인 질문이 바로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일테니까요. 소아정신과 의사 노경선이라는 사람이 지은 책인데, 저 추상적인 담론을 아주 구체적으로 잘 풀어놨습니다.'부모는 어떤 존재인가?''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아이는 이렇게 키워라'라는 세개의 chapter에 현장에서 얻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습니다. 쉽게 쉽게 잘 넘어가기도 하구요.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은 첫 chapter의 '나는 어떤 부모인가?'였는데 궁금하시면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구체적인 서평이야 각종 인터넷 서점을 조그만 들여다봐도 될터이니...책말미에 있는 <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한 10가지 덕목> 이나 한번 써보고 지나갈랍니다. (아, 이것도 직접 타이핑한거 아니고 출판사가 리뷰한거 긁어온겁니다)

1. 부모와 자녀는 무조건 친해야 한다 - 부자유친父子有親
2. 가정에 민주주의를 도입하라 - 상명하달에서 인정과 존중으로
3. 만 3세 이전에는 주 양육자를 바꾸지 마라 ? 만 3세까지는 민감한 시기
4. 아이 때문에 화가 날 때는 ‘일단 멈춤’ 하라 - 합리적 사고
5. 때려서는 아이의 나쁜 행동을 고칠 수 없다 - 체벌에 대한 생각 바꾸기
6. 가정에 재판 절차를 도입하라 -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절차 만들기
7. 학원에 보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 전문 교육이 아닌 적기 교육을
8. 과잉보호는 아이의 정서적 성장을 방해한다 - 한계와 타협하는 방법 가르치기
9. 컴퓨터 하는 꼴은 봐야 한다 - 기호와 중독 사이
10. 사춘기 자녀들은 부모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 - 의존에서 독립으로 

재미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부모가 될 사람, 특히나 아이를 키워야할 주양육자가 될 사람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뭐 이 책 한권 읽는다고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에 대답이 얻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휴가를 함께한 '테메레르'

오감만족/읽다 2007/08/03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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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의 책 ::
테메레르 - 왕의 용 / 나오미 노박 / 공보경 / 노블마인

★★★★★ 2007 ★★★★★
로커스상, 콤프턴크룩상 수상, 휴고 상, 캠벨 상 노미네이트
<반지의 제왕> <킹콩> 그리고 <테메레르>! 피터잭슨 감독이 차기 판타지 영화로 결정한 소설!
나폴레옹 전쟁이 절정이었던 시대, 해전보다 격렬한 용들의 공중전이 시작된다!

상상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싶은 책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테메레르'인데요. 뛰어난 상상력에 재미도 만만치 않아서 단숨에 한권을 먹어치우듯 다 읽어버렸습니다. 총 6권이라는데 아직은 1권만 출판되어서 기다리는 것이 초초할 정도입니다.
시절은 나폴레옹의 시대. 그 시절에도 공군이 있었다!는 전제도 놀라운데, 공군이라고 하면 당연하는 연상하는 비행기가 아니라 익용이 주인공입니다. 테메레르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용의 이름이지요. 당연하게도 테메레르는 전까지 그려졌던 단순히 말과 동급인 수준이 아니라 인간과 말도 하고, 섬세한 감정도 지닌 개체로 등장해요. 비행사인 로렌스와 '소울메이트'관계라고 할까요? 이야기는 테메레르가 태어나면서 비행사인 로렌스와 어떻게 공군이 되어가는가가 주된 내용인데, 마지막에 영국과 프랑스의 전투 장면도 놀라울 따름이군요. 2권부터는 언제 발매가 될까요? 오랫만에 기다리게 되는 책. 오랫만에 읽기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책!!!

웃음의 나라

오감만족/읽다 2007/03/04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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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기고 나서
% 이 후기에는 엄청난 스포일러가 있음
% 절대 옮긴이 후기부터 읽지 말것. 400% 후회할 것임 '....나는 표지에 실리는 프로필을 정말 싫어한다. 그것은 마치 작가의 흥미롭고 이상한 삶을 보여 줘서 독자들에게 책을 읽게 하려는 수작처럼 보인다. 여러분은 작가를 읽고 싶은 건가, 작품을 읽고 싶은건가?'

저렇게 씌여진 역자후기나 혹은 책앞날개의 작가 인터뷰를 읽고 궁금해하지 않을 수가 없죠.  어떤 스포일러가 숨어있는 것일까? 어떤 작가인지 궁금해서 조너서 캐럴의 '웃음의 나라'를 읽었습니다. 읽는 내도록 스포일러를 찾겠다는 의지로 똘똘뭉쳐서 스포일러 스포일러 하면서 읽었죠. 이렇게 읽게 되면 역시나 줄거리만 쫒아가게 되요. 당하지 않겠다~ 스포일러 내가 먼저 찾아내주지! 뭐 그런 심정이 되거든요. ^^; 그렇게 마지막 페이지까지 달리듯 읽고 났는데 결국엔 역시나 허탈하더군요. 에잇!

한동안 모든 영화에 반전이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니! 모든 영화에 반전이 있다고 스포일러에 주의해달라고 홍보를 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올해 만들어지는 영화중에 유달리 아버지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은 것처럼 반전도 한때의 유행이었겠습니다만, 홍보에 속아서 전혀 반전이지도 않은 반전을 가진 영화를 보고 식식대던 기억이 납니다. 모름지기 반전이라고 하면 저 유명한 '식스센스'나 '유주얼 써스펙트'처럼 보는 내내 전혀 짐작도 못하고 있었으나 말미에는 과연 그랬군! 이마를 치게 만들어야 당하는 사람도 깔끔하니 개운하죠.

'...유머와 위트의 끝에 공포가 남는, 묘한 경험을 하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을 읽다가 잠든 반, 낯선 이들 틈에 홀로 둘러싸여 불안해한다거나 누군가에게 쫓기는 악몽을 꾸기도 했다. 텍스트 자체의 분위기가 전혀 공포스럽지 않았기에, 역자로서도 의외의 경험이었다...'
역자의 후기를 읽고는 더욱 더 허탈한 느낌이 들더군요.

'웃음의 나라' 옮긴이는 400%후회할 것임이라는 식으로 쓰는게 아니었어요. 유머와 위트의 끝에 공포가 남는다는 식으로 쓰는게 아니었어요. 400% 기대하게 해놓고......T.T 2007년의 책

아내가 결혼했다

오감만족/읽다 2006/08/01 21:07
많은 문학상이 있습니다만, 세계일보에서 주관하는 세계문학상은 업계최고의 상금으로 유명합니다. 상금이 일억원이거든요. 소설한편으로 일억을 거머쥘수 있다는 환상 때문에 12월말 마감이 되기전까지 소설좀 쓴다고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동네에서는 대단이 주목하는 문학상입니다. 물론 아무나에게 1억원이나 내건 문학상을 주는 건 아니기 때문에 보통의 아무나에게는 여전히 환상이며 로또와 같은 문학상이지요.
제1회 수상작 김별아의 '미실'도 그랬고 제2회 수상작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도 그랬지만 기존의 문학상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작품에 손을 들어주는 것 같아요. 조금 더 논쟁적이며, 조금 더 파격적인 소재이면서도 대중적인 작품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거든요. (물론 겨우 두편 뿐이긴 하지만, 이 두편 모두가 베스트 셀러가 되었습니다)

축구이야기와 일처다부제에 관한 이야기를 절묘하게 섞어 놓은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는 제목만큼이나 도발적인 내용입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부일처제가 과연 우리의 행복을 가로막고 있다면?이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거든요. 첫장..그가 그녀를 만났던 순간, 어떻게 그녀에게 매혹되었는가를 설명하는 부분부터 순식간에 읽어나갔습니다. 군데 군데 축구이야기는 흡사 축구전문 잡지를 들춰보는 듯, 선수들의 기록에서부터 그들의 사생활에 관한 뒷이야기까지 지루하지 않고 매우 흥미로웠구요.
일처일부제, 일처다부제, 일부다처제의 여러가지에 관해 짧은 생각들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마침 mbc스페셜 '일부일처제-인간 짝짓기의 진화'를 보기도 했는데,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제도에 관한 생각을 얼핏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결혼을 앞둔 지금, 당연하게도 일부일처제다, 라고 결론 내기는 했지만 말이에요. ^^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는 잘 읽히고, 재미있는 책이에요. 그럴수밖에 없었겠지만 뒤로 갈수록 동어반복에 힘이 빠지는 것이 싱거운 결말이기는 했지만, 이만하면 무거운 주제에 관한 훌륭한 접근이었다는 생각은 드는군요. 2006년의 책 ::

밑줄긋기-연애중독

오감만족/읽다 2006/05/17 00:02
p73 그러나 내게는 잠잘 시간을 줄여가며 전심전력을 기울일 만한 아무런 동기도 목적도 없다. 그런 주제에 아직도 내 머릿속에는 한 인간으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의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 한쪽 다리를 벽에 기대고 있을 뿐 전혀 걸을 생각을 하지 않는 나. 누군가 친절한 사람이 지나가다 차에 태워 데려가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나. 내 그런 어리광이 정말 지긋지긋했다.

p226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사람이 반드시 강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다. 그들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딸이 자신들이 짜놓은 예정표대로 자라지 않았다는 현실을 직시하기 싫은 것이다. 나 역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 였지만.

p259 남편이 하는 말은 무엇이든 옳았다. 내심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그냥 남편이 옳은 것으로 쳐주었다. 검은 것을 희다고 해도 한편이 되어 주는 게 내 의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상대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게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떻게 타인과 구별할 수 있단 말인가. 나에게 후지타니는 단 한 사람, 타인이 아닌 인간이었다.

p292 "과거에 '만약'이라는 말을 끼워 넣지 마."

2006년의 책 ::

조선 왕 독살 사건

오감만족/읽다 2006/05/11 23:20
<누가 왕을 죽였는가> 개정판에 부쳐
1.대윤과 소윤, 그리고 사림파 사이에서(12대 인종)
2.방계 승통의 콤플렉스와 임진왜란속에서(14대 선조)
3.현실과 명분의 와중에서(소현세자)
5.예송시대에 가려진 죽음(18대 현종)
6.이복형제의 비극(20대 경종)
7.개혁군주의 좌절(22대 정조)
8.식민지 조선 백성들의 군주(26대 고종)
조선엔 왜 독살설이 많을까

2/3 정도 읽었습니다. 인문서인데도 소설처럼 잘 읽힙니다. 아주 재미있습니다. 몇백년의 역사를 달랑 몇페이지로 배워야했던, 혹은 '조선왕조 500년'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역사는 정말 당쟁의 역사일뿐인가? 허탈해했던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죽이지 않으면, 싸우지 않으면 존재자체가 위협받았던 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수 있을테니까요. 읽으면서 소현세자 참 아깝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부사가 존재할 수 없겠지만, 그가 그렇게 죽지 않았다면 일본보다 먼저 개항을 했었더라면 지금 한반도는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잠깐 공상에 잠겨보기도 했습니다.
누가 왕을 죽였는가?라는 화두로 조선 중 후기의 역사를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책입니다. 나머지도 읽으러 갑니다. 후다닥! 2006년의 책 ::

마술사가 너무 많다

오감만족/읽다 2006/04/03 00:31
과학적 마법 문명의 지배를 받는 20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천재적인 귀족 탐정 다아시 경과 법정 마법사인 숀의 활약상을 그린 미스터리 SF.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셰르부르의 저주>에 이어 출간된 2부 <마술사가 너무 많다>는 2002년 판을 완역한 것으로, '귀족 탐정 다아시 경' 시리즈 중 유일한 장편이다.

번역자 김상훈 씨가 <마술사가 너무 많다>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으로 꼽은 것은 "'망토와 단검(Cloak and Dagger)'으로 통칭되는 고전적인 첩보물의 서사 구조가, 글자 그대로 런던의 짙은 안개 속에서 (SF라는 합리성의) 망토를 두르고 (판타지에 나올 법한) 단검을 휘두르는 등장인물들로 치환되었다는 점"이다. -알라딘 '마술사가 너무 많다' 소개글 중

2006년의 책 ::
SF는 내 취향이 아니야! 그런데 어찌 요즈음 손에 잡히는 것의 절반이 SF냐고 투덜거리며 여행서적만 읽었드랬습니다만, 숨어서 글만 읽는 한 블로그에서 이 책의 평을 보고는 바로 서점에 달려갔습니다. 어쩌면 그날 '오만과 편견'을 보고 왔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주인공 이름이 둘다 '다아시'이거든요.
'랜달 개릿'의 '다아시경 시리즈'는 영국의 리처드 1세가 1119년 십자군 전쟁에서 궁수의 화살을 맞고 치료를 거부하여 죽었다는 사실을 뒤집으면서 시작합니다. 지난 주에 종영된 드라마 '궁'과 같은 대체역사물이에요. 죽지 않은 리처드 왕이 영국과 프랑스를 통합하여 '영불제국'을 건설하였고, 지금은 20세기, 탤런트를 가진 소수의 '마술사'들이 존재한다는 '가정'이 이 시리즈의 시작이 되는 '만약에'입니다. 이 '가정'과 '마술'이라는 도구가 이 소설을 추리SF라는 독특한 장르로 분류하게 만드는가 봐요.
추리소설의 기본인 독자에게도 모든 정보를 주는 '공정함'과 홈즈&왓슨처럼 완벽한 팀웍을 보여주는 '다아시 경'과 마술사 '마스터 '숀'의 활약은 '추리'와 '마술'이라는 어울리지 않을 것같은 조합을 완벽하게 만들어 줍니다. 재미있어요. 올해 안에 3편도 나온다니 기대하고 있어야겠습니다.
아 또하나! '판타지 소설 ‘탐그루’의 작가 김상현씨는 수년간 자료조사와 현장 답사 등을 바탕으로 ‘정약용 살인사건’(랜덤하우스 중앙)이라는 역사 추리 소설을 완성했다.'라고 얼마전 신문기사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김탁환 소설 '백탁파'시리즈 이후로 가장 기대가 되는 책이에요. 바야흐로 추리소설의 계절이 돌아온 것일까요? 늘 추리에서 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도전은 해보고 싶군요.

신의 물방울

오감만족/읽다 2006/03/15 23:58
음식을 다루고 있는 만화의 전형은 '맛의 달인'이죠. 누가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맛있는 음식을 권하는가?를 주제로 대결을 벌이는 이 만화는 벌써 아흔두권이나 나왔어요. 권수만 보더라도 지구에는 그 위에 사는 사람만큼이나 맛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지 않나요?

맛을 다룬 만화의 전형적인 대결구도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지만, 만화 '신의 물방울'가 다루고 있는 분야는 '와인'입니다.
한때 하도 '와인 와인'해대길래 한번 마셔볼까?는 생각에 마트에 가서 몇천원짜리 와인을 사본 적이 있습니다. 하이트이거나 카스, 혹은 시원이거나 설중매처럼 먹어보면 딱 호불호가 갈라지는 그런 술도 아니고, 만들어진 동네, 생산된 해, 거기에다가 누가 만들었냐에 따라서 종류도 너무 너무 많으게 바로 와인이더군요. 맛도 모르겠고 종류도 너무 많고, 싼맛에 샀던 술 한병 제대로 비우지도 못하고 버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와인이라고하면 뭔가 고급스럽고 어려운 취향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것은 단순한 술이 아니다.'
어떤 자리에서 DRC의 '에세조'를 마셨을 때 무심코 튀어나온 말이다. 너무나 맛있는 맛에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와인에 대한 생각이 180도 바뀌고 말았다. 그 때부터 와인이 가진 심오한 세계를 좀 더 알고 싶어 계속해서 와인을 사고, 마시고, 조사하고...언제부터인가 와인의 포로가 돼 있었다. 여러분, 와인의 심원한 세계로 오신 걸 환영합니다. 너무 푹 빠지지 않게 조심하며 읽어 주십시오. - Tadashi Agi


'신의 물방울'을 읽은 뒤, 아직까지 와인의 포로가 되진 않았지만, 와인을 제대로 마셔보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와인의 맛을 말로 표현하는' 칸자키 유타카의 표현력은 정말로 뛰어나답니다. 미각을 순식간에 시로, 그림으로, 영화로 표현해버리거든요. 그 자체로 한편의 시가 되고, 한장의 그림이 되며, 짧은 드라마가 되는 술. 이정도라면, 내가 그 와인을 마신다면, 나는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는 궁금증해지지 않아요? 다음에 마트에 간다면 와인코너를 기웃거릴 것 같군요. 술한잔 하실래요? ^^
2006년의 책 ::